산업 전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분야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며 그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는데요. 금융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최적의 상품과 자산 배분방식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상상해보셨나요?

도대체 인공지능이 돈을 어떻게 굴려 준다는 건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으실 텐데요. 오늘은 금융업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과 실제 인공지능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확인해야 할 데이터까지 월급구조대 챔 대원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인공지능, 금융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공지능을 말하려면 알파고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2016년도 봄,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이후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고, 최근에는 텍스트나 음성과 같은 언어 데이터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금융 쪽은 어떨까요? 이렇게 똑똑한 인공지능이 돈도 왠지 잘 불릴 거 같죠. 하지만 금융업 관련 데이터는 이미지나 언어 데이터와 성질 자체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보고 개인지 고양이인지 판별하는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때 개 사진은 누가 봐도 개고, 고양이 사진은 누가 봐도 고양이입니다. 즉 주어진 인풋 데이터에 대한 라벨 y 값, 모델이 예측하는 값이 어느 정도 일정합니다.

하지만 금융 데이터의 경우는 달라요. 과거 금융시장에서 나온 가격, 거래량, 기술적 지표, 재무제표와 같은 데이터를 인풋 데이터로 투입하고 미래의 시장수익률을 예측하는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금융 데이터는 똑같은 인풋 값에 대해서도 다음 날, 다음 주 인공지능이 예측하는 y 값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보고 그 성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겠구나 하고 기대하면서 수능을 봤는데, 수능에서는 모의고사랑 똑같은 문제가 나와도 모의고사만큼 성적이 안 나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인공지능의 정답률이 수익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개와 고양이 이미지 인식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개와 고양이 이미지를 이 모델이 얼마나 잘 인식하는지 평가하려면 개와 고양이 사진 100장을 주고 얼마나 맞췄는지 그 정답률을 측정하면 되겠죠.

하지만 금융업에서는 달라집니다. 과거의 금융시장 데이터를 주고 다음 날 혹은 다음 주 상승장일지 하락장일지 맞추는 문제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정답률을 체크해서 이 모델이 잘하는지 판단할 수 있죠.
그런데 금융업, 즉 돈을 불리는 입장에서는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예측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중요합니다. 이 모델이 상승 하락 예측 정확도가 90%라고 해서 그 예측에 따라 투자를 했는데 나머지 10%에서 수익률이 폭락 한다면, 이 모델은 투자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겁니다.

금융업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특징은?

이처럼 금융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기 어려운 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똑똑한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 데이터는 시계열 순서가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LSTM(Long Short-Term Memory)같은 알고리즘을 적용하기도 하고요.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것보다 운용수익률, 투자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영해서 강화학습이란 알고리즘을 접목하기도 하는데요. 미국의 유명한 투자은행들이 내부 매매 알고리즘으로 강화학습을 적용한 모델들을 쓴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강화학습이 금융업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문제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공지능 모델이 금융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과 목적이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예측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아래 수익률을 최적화하는, 즉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죠.

인간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인공지능은 디테일을 다룬다

그렇다면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인공지능 금융상품들은 어떨까요? 시판되는 인공지능 기반 상품들은 생각보다 그 종류가 많지 않은데요. 규모도 그렇게 큰 편이 아니고요. (2020년 3월 기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자산 배분을 하는 펀드를 예로 들어 상품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 말씀드릴게요.

현재 수준에서는 큰 그림은 인간이 그립니다. 기본적으로 투자 자산의 종류와 비중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인간이 설정하는 거죠. 그리고 인공지능 모델이 출력하는 결과에 따라 좀 더 디테일한 비중 조정, 즉 ‘Tilting’이 이루어집니다. 시판 중인 인공지능 펀드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영역이 많아지겠죠.

인공지능 관련 상품에 가입할 때는 운용 전략, 과거 수익률, 운용 보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운용 전략은 투자설명서에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요. 시판 중인 상품들의 투자설명서를 모두 확인해 본 결과 (2020년 3월 기준)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삼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제 구조를 뜯어 보면 정말 단순한 인공신경망이나 딥러닝 구조를 활용하는 수준이거나 90년대에 나왔던 블랙리터만 모델 정도를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사실 인공지능 모델의 종류만큼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데이터의 종류와 데이터 전처리 과정도 중요합니다. 비정형 데이터, 뉴스나 보고서, 공시자료 같은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강화학습이나 고급 딥러닝 모델을 사용하는 경우는 최근에 S사에서 나온 펀드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수익률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대부분의 인공지능 펀드 상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용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과거 수익률을 길게 볼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 부분 또한 투자 설명서를 꼭 확인하고 검증해야 해요.

또한 인공지능 펀드는 대부분 운용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초소형 펀드의 경우 운용이 제한적이거나 펀드가 청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설정액과 운용 규모를 확인해서 너무 작지 않은 펀드를 골라야 해요. 설정액을 확인한 결과 M사와 S사 인공지능 펀드들이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용 보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운용 보수는 펀드에 돈을 맡기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인데요. 대부분의 인공지능 펀드 금융상품이 1% 내외의 운용보수를 받고 있어요. 100만 원을 맡기면 그 금액의 1%인 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사실 1%라는 숫자가 그렇게 저렴한 보수는 아니에요. 만약 자신이 자산 배분과 투자에 대해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면 이 보수를 지급하면서 인공지능 펀드에 가입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자산 배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율 움직임을 헤지(hedge)하는 ‘환 헤지’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일반적으로 개인이 투자할 때 100% 환 헤지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자산 배분이나 ETF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도 있죠. 그래서 본인 상황에 맞게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금융상품들에 관해서 이야기해 봤는데요. 사실 인공지능 펀드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펀드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에요. 큰 틀은 인간이 짜되 세부적인 부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정도의 수준이죠.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자산운용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운용 규모와 수익률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되겠죠? 그럼 월급구조대는 더 유익한 콘텐츠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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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 준법감시인 심사필 제 20-0631호(2020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