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다양한 요소를 함께 묶어 파는 멀티 산업이 각광받는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다채로운 공연이나 게임, 영화 등의 놀이(Entertainment)를 즐기면서 만찬(Eat)을 향유하는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가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참고도서 -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사진- CGV 씨네드쉐프 홈페이지

식사 그 이상의 즐거움 이터테인먼트

고급 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씨네드쉐프.

최근 외식 관련 소비에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보다 먹는 과정에서의 ‘색다른 체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러한 니즈 아래 탄생한 식사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은 ‘이터테인먼트’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터테인먼트는 외식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단순히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독특한 체험적 가치를 제공하는 곳으로 변화시켰다. 이에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을 만족시키는 요소가 외식 장소를 선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아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은 먹거리를 선택할 때도 그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감각적인 소비 공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주로 시각이나 미각에 의존해 식사 장소를 선택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체험과 참여가 가능한 레스토랑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예컨대 홍콩의 ‘쿠오레 프라이빗 키친’ 레스토랑에는 미리 정해놓은 음식 메뉴가 없다. 매장에서 그날 상영하는 영화에 따라 어울리는 코스 요리를 서빙한다. 홍콩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울프 마켓’ 역시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데 이곳에는 정해진 술값이 없다. 매일 손님이 원하는 술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바뀌고, 이러한 가격 변동 내역이 주식 시장처럼 전광판에 표시되므로 손님은 가격을 예상해 주문한다. 식사를 즐기러 와서 작은 금융 시장을 체험하는 것이다. ? 

이 밖에도 손님이 직접 잡은 물고기로 셰프가 요리를 해주는 러시아의 낚시 레스토랑, 손님이 직접 셰프가 돼 친구나 가족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스라엘의 원데이 셰프 이벤트 등 세계 곳곳의 식탁에는 음식과 함께 색다른 체험과 재미가 차려진다. 국내에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고급 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씨네드쉐프’, 암흑 속에서 음식을 즐기며 함께하는 이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다크니스’ 등 이터테인먼트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있다.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다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을 원하는 니즈에 따라 요식업계에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먹거리는 물론 즐길 거리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터테인먼트는 요즘 들어 새로이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과 그 음식을 좀 더 새로운 분위기에서 즐기고 싶은 욕구,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이 결합해 오늘날의 이터테인먼트로 발전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이터테인먼트의 개념은 점점 더 다양화, 독창화되고 있다.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도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등장하는 외식 공간은 보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SNS를 적극 활용해 홍보 또는 마케팅함으로써 식사를 하기 전부터 소비자의 기대와 흥미를 높인다. 

두바이의 ‘파커스’ 레스토랑은 공식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에 단서를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바탕으로 직접 레스토랑 이용에 필요한 열쇠를 찾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또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는 소셜 다이닝의 경우 가정식과 레스토랑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는 등 더욱 진화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마히든 키친 서퍼 클럽’은 홈페이지 가입 고객에게 서비스할 메뉴와 요리사에 대한 안내문을 메일로 보내고 사전 예약을 받는다. 이후 사전 예약한 고객 중 한 명의 집을 선정해 그곳으로 유명 셰프가 직접 가서 요리하고, 나머지 예약한 고객이 와인이나 음료를 준비해 감으로써 초대받은 저녁 모임의 분위기를 살린다.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온 이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잠시 잠깐 눈길을 끌다 사라질 현상이 아니다. 시대에 맞는 문화적·감성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바쁜 일상 속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겁게 누리고자 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투영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